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여성으로서 불편했던 경험 보여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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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여성으로서 불편했던 경험 보여주고파"

sk특종기자 0 45 0 0
"저 위대한 권력은 항상 굶주렸지. 혁명은 자기 자식까지 먹어 치워. 저 폭주하는 피의 괴물, 저들이 해온 짓들 잘 봐." -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 No.10 '위대한 권력(The Great Machine)' 중에서
 
황제와 귀족을 끌어내리고, 민중을 착취하던 살찐 돼지들을 몰아냈다. 그러나 새 시대의 아침은 오지 않았다. 의미 없는 재판과 처형이 반복되고, 광기와 공포가 시대를 짓눌렀다. 평등과 자유를 부르짖던 이념은 독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스탈린은 혁명 동지들까지 잡아먹고, 대숙청을 시작했다. 1937년 소비에트 연방 휘하의 아제르바이잔도 그 핏물을 피할 수 없었다.
 
1937년 12월 31일, 소련의 어딘가(아마도 아제르바이잔)에 자리한 아파트, 언뜻 보기에 평범한 부부는 다행히 살아남았다. 당과 각하를 위해 헌신해온 남편은 무사히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을 걱정하며 기다리던 아내는 그의 귀환에 안도한다. 두 사람은 끔찍하고 힘들었던 12월 31일을 보내며, 새롭게 시작될 1938년은 조금 나은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1938년 1월 1일을 코앞에 둔 그때,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기 전 그 시각,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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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카베데(NKVD)다. 문 열어!"
 
내무인민위원회, 막강한 힘을 가진 감시자들. 정치경찰의 노크 소리에 부부는 혼비백산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암시장에서 몰래 산 LP를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문을 열어줄 수밖에.
 
그렇게 무대 위 문이 열리고, 녹색 코트를 걸친 한 사람이 걸어 들어온다. 자신을 두고 떠난 동료들을 다시 부르겠다며 전화 좀 쓰겠다는 엔카베데 경관. 위아래로 이들을 훑던 그는, 마치 본인이 이 불쌍한 부부에게 아무런 해를 끼칠 의도가 없다는 듯 웃어 보이며 능청스럽게 농담을 몇 마디 건넨다. 결코 그냥 흘려듣기는 어려운 농담들에 어색하게 웃는 부부. 이 집 안의 권력은 주인이 아니라, 손님-비지터(Visitor)가 쥐고 있다.
 
부부는 적당히 맞장구 쳐주며 그를 태우기 위한 차가 빨리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시곗바늘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1938년이 되기를 거부하는 듯, 시계는 멈춘 채 움직이지 않는다. 정말로 시간이 멈춘 것일까? 아니면 그저 시계가 고장난 것일까? 엔카베데 경관은 무슨 의도로 이 집에 계속 머무르는 것일까? 관객의 눈에 비친 이 방문자는 남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여자이기도 하다.
 
"확실히 다른 작품의 인물들하고는 조금 결이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식으로 나와서 극 중 인물들에게 의문을 던지고 사건을 제공하는 캐릭터 중에 여자 배우가 소화하는 배역이 많지 않기는 하죠.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역할인 것 같아서 더 해보고 싶었어요. '비지터'는 관념적인 존재라서, 꼭 남자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거든요. 대신 '신체적 조건이나 성별이 다름으로써 내가 뭘 더 유리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배우 김려원은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에서 '비지터' 역을 소화하면서, 동시에 뮤지컬 <해적>도 올라간다. 곧 개막할 <식스 더 뮤지컬> 연습도 한창이다. 동시에 작품이 몰려서 힘들기는 하지만, 어떤 작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특히 <미드나잇>은 이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공연이 개막하고 한창 상연 중인 지난 2월, 역대 네 번째 '여성 비지터'를 맡은 김려원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번쯤 입장 바꿔 보면, 우리 힘든 거 알게 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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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그가 처음 <미드나잇>의 제안을 받았던 건 '비지터'가 아니라 '우먼(아내)' 역이었다. 여러 이유로 결국 합류하지 못했지만, 그때 대본을 봤을 때도 그는 '우먼' 보다 '비지터'에 눈이 갔다. 언젠가 여배우가 비지터를 소화하는 때가 올 수 있기를 바라며, 넌지시 먼저 제안도 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제안은 현실이 된다. 남배우만 소화했던 역할에 여배우도 함께 캐스팅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첫 여성 비지터 역할이 그에게 온 것은 아니었지만, 훌륭한 여성 배우들이 좋은 선례가 되어 비지터를 입체적으로 잘 빚어냈고, 결과적으로 김려원에게도 기회가 찾아 왔다. 하고 싶다고 먼저 손을 들었고, 제작사는 그의 손을 잡았다.
 
"일부러 제가 세 보이는 역할만 고르는 건 결코 아니에요. 최근에 강한 배역들을 하다 보니까, 제작하시는 분들께서도 저를 떠올려주시고 불러주시는 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면들이 실제로 저한테도 있으니까, 무대 위에서도 그런 게 나오는 거겠죠? (웃음) 저는 사실 '어느 방향의 인물들을 더 해봐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없어요. 그냥 좀 다양하게 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다양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되게 좋아요. 비슷한 것만 하는 거는, 어떤 쪽으로든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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