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 없는 이 영화가 보여주려 하는 것
서사를 파괴하는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흔히 기승전결로 설명되는 결말을 위한 전진을 우리는 얼마나 당연하게 여겨왔던가. 세계와 캐릭터를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위기와 맞닥뜨리고 분위기를 고조시켜 마침내 결말의 감동에 이르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우리는 충분히 만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 기존의 영화문법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는 영화가 있다. 김덕중 감독의 <컨버세이션>은 제목이 말하는바 그대로 대화에 집중한 작품이다.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갔다 돌아온 세 여자의 대화로 다짜고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이후 등장인물을 바꾸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기묘한 대화의 연속을 내보인다.
등장인물을 바꿔가긴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여섯이다. 남자 셋과 여자 셋으로, 첫 장면에 등장하는 은영(조은지 분), 명숙(김소이 분), 다혜(송은지 분)와 승진(박종환 분), 필재(곽민규 분), 대명(곽진무 분)이다. 여기에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잠깐 등장하는 택시기사(정재윤 분)까지가 대사를 가진 배우들이라 하겠다.
대화, 대화, 그리고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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